기록하고 싶은 대사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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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동네는 처음이라 한 시간 일찍 시작했는데도 좀 늦었네요.
근데 그럴 수도 있잖아요.
저 이 동네도 처음이고, 이 신문 배달도 처음이에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잖아요. 그 처음이 오늘이니까, 오늘까지만 서툴겠습니다.
내일부턴 늦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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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 누는 소년이 다쳤잖아-!
뭐가 다쳤다고요?
오줌 누는 소년이 더 이상 오줌을 눌 수 없게 됐다고, 신문 사절 안 보여? 신문을 사절한다는데 왜 사절을 안 해서 가만히 있는 애를 고자로 만드냐고오-!! 씨- 내 말 안 들려?!
이 동네는 소리를 안 지르면 대화가 안 되나 씨. 네가 반말하는 건 나도 반말해도 된다는 뜻으로 알게. 그리고 신문 사절 붙여놔도 신문 넣는 건 사회의 암묵적 합의야. 이제 알아듣게 얘기해봐. 뭐, 뭐가 다쳤다고?

저 짝퉁 동상 말하는 거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거.
저게 짝퉁이야? 저딴 게 원본이 있다고? 아니. 짝퉁이면 오줌 누는 소년이 오줌을 못 눠도 된다는 거야? 누구나 오줌 눌 권리는 있어-!!
그러니까 네 주장은 종이로 만든 신문이, 저 금속으로 만든 동상을, 부셨단 얘기잖아.
그래.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야 상식적으로, 아니 상식적으로.. 이 신문에 부서질 정도면 이미 금이 가 있었다는 건데. 내가 뭐, 어디까지 배상할까.
누가 배상하래?
그럼 뭘, 뭘 하라는 건데?
모르지-!! 난 그냥! 화를 내고 싶었어, 화가 나니까-!!! 조심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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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 계획이었어. 가서 미성년자가 나이트 간 거 걸렸어야 됐고, 학교에 연락이 갔어야 했고, 학교에서! 날 강제전학 보냈어야 됐다고.
너 지금 강제 전학 가고 싶어서 이런 계획을 세웠단 거야?
왜? 그럼 안 돼?
너 왜 법이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줄 알아?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야.
너 여기서 무슨 일에 휘말리는 상상 했어? 실제로 일어날 일이 네 상상의 범주 안에나 있을 거 같아? 전혀 아니야. 이런 데 오면, 네 인생에 없어도 되는 일, 없어야 되는 일, 없는 게 훨씬 나은 일들이 생겨. 나쁜 일을 저지를 때, 성인의 상상력과 미성년자의 상상력이 천지 차이라서.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되는데? 하루아침에 꿈을 뺏겼어. 펜싱부는 없어지고, 나는 펜싱이 계속하고 싶어서 미치겠고, 엄마는 펜싱 그만두고 공부나 하라고 하고.
코치 쌤이 그러더라. 내 꿈을 뺏은 건, 자기가 아니라, 시대래. 대체 시대가 뭔데 내 꿈을 뺏을 수 있냔 말이야.
시대는, 충분히 네 꿈 뺏을 수 있어. 꿈뿐만 아니라 돈도 뺏을 수 있고, 가족도 뺏을 수 있어. 그 세 개를 한꺼번에 다 빼앗기도 하고. 오늘 네 계획이 망한 건 내가 망쳐서가 아니야. 틀린 계획이었기 때문에 망한 거야. 다시 세워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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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지키려는 거. 계획은 틀렸어도, 네 의지는, 옳아.
난 맨날 잃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해. 근데 넌 얻을 것에 대해서 생각하더라. 나도 이제 그렇게 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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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진!
백이진!! 나- 오늘 드디어 전학 가! 심지어 태양고로!
나 펜싱 계속할 수 있게 됐어!
내 나이만 가진 특혜! 너 때문에 누렸어!
고마워~!!

뭐야, 갔냐? 못 들었냐? 그래도 괜찮아, 오늘은 다- 용서할 수 있어.
나 지금, 너~무 행복하니까!

축하해.





cf. 사람들은 무언가 잃어가나 보다. 그치만, 나랑은 상관없는, 어른들의 일이다. 난, 뭔가를 잃기엔, 너-무 열여덟이니까.
내가 가진 것들은, 잃을 수 없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꿈,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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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도같은 캐릭터가 현실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 때 묻지 않게 순수해 보이고, 자기가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서툴고 틀린 계획일지라도 하고자하는 뜻과 의지만큼은 확고한 사람. 반면에 이진이라는 캐릭터도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동시에 든다. 남에게서 배울 점에 대해 느낄 줄 알고, 그 마음을 충분히 표현도 할 줄 아는 사람. 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말로도 바르게 세워줄 수도 있는 사람. 갑작스러운 절망에도 기어코 무너지지 않고 그 상황에 적응해가며 감내하고 충분히 하루를 잘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람. 저런 단단하고 여유 있는 성격을 가진 완벽헌 존재는 현실에 존재할 수 없겠지.
나도 희도처럼 무언가를 지독히 쟁취하려 들고 싶다. 이진이처럼 단단한 사람도 되고 싶다. 사람들의 가장 이상적임을 그려 낸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선망하는 대상이 줄곧 나온다. 그런 주인공들을 보며 꽤나 닮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주관있는 성격, 어려움이 닥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능력. 무언가를 이뤄내는 의지. 빛나는 성장 과정들. 나는 늘 드라마를 보며 다시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되고 대리 만족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좋아하고 애정하는 주인공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특히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볼 때는 왠지 모를 희열감과 동시에 내 앞에 놓인 일에 대해서도 잘 해나갈 수 있겠다는 무언의 용기가 생긴다. 빠질 수 없는 건 힐링되는 이 감정도 너무 소중하다는 것. 근데 한편으로는 작품에 과몰입하여 자고 일어나서 까지도 헤어나오지 못해 현실세계에서의 막막함, 냉랭함, 다름을 느끼고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아, 역시 현실은 다르다.' 까지 생각이 미치고 인식이 되면 조금은.. 울적하기도 하다. 어쩌다 또 이야기가 산으로 왔네. 오늘의 리뷰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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