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 싶었어. 근데 봤어. 네가 보여줘서. 그래서 오늘은 웃었어.
동메달 축하해.
내가 전에 그랬지? 네가 해내면, 나도 해내고 싶어진다고.
이젠 내가, 해낼 시간인 거 같아.
풀하우스 14권은 나왔어? 15권 나오기 전에 나타날게.
기다려, 희도야.



#

 

늦어서 미안해.
봤어? 15권?

아니, 이제 보면 되겠다.


#

 


아까 네 뒷모습 보고,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왜?

놓칠까 봐.

무지 시끄러웠는데, 네 목소리 밖에 안들리더라.

너 힘들지 않게 해 달라고 엄청 기도했어.
기도가 좀 통했나.

조금 힘들었고, 금방 일어섰어.
일어서지던데?

그럴 줄 알았어.


#


자, 타. 빨리.
밸트 매, 밸트.

...

나희도.

나 정말.. 기차가 연착돼서, 계속 멈추고 서고 멈추고...
경기장 못 갈까 봐, 경기도 못 해보고 질까봐, 내가 얼마나 준비했는데..

희도야, 희도야.

응?

나 봐봐.
우린 15분 후에 경기장 도착할거고, 넌 30분 몸 풀고, 결승전 치를 거야. 응?
칼도 찾았고, 아무 문제 없어. 그치?

어.

그럼 이제 출발했게? 어?

--

어? 방금 직진했어야 되는 거 아니야?
네가 생각한 길로 가면, 너 오늘 결승전 못 해.


아, 저, 아시안게임으로 차량 통제합니다!

저 UBS 백이진 기자입니다. 지금 차에 펜싱 국가대표가 타고 있습니다. 40분 후에 결승전이고요.
이 도로 열어주셔야 제 시간에 경기장에 갑니다.

예? 저희는 전달 받은 바가 없는데?

예. 전달 받은 바 당연히 없죠. 방금 일어난, 긴급 상황이니까요.
빨리 문 열어 주십시오.

에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시면 안 되고..

이럴 시간 없고요. 지금 도로 안 열어 주시면 한국 선수가 결승전에서 기권 패하게 됩니다.
그 책임이 순경님께 돌아갈 수도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아니, 그 책임을 누가 저한테 묻습니까?

제가 기자로서 물을 겁니다.

기다려 보십시오.
[무전기 작동음]
어, 저, 경장님 지금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근데 그 상황이.. 이야, 이거 어떡하냐.

[무전기 작동음]
경장님 지금 펜싱 국가대표 선수가 경기장을 못 가고 있습니다. 40분 후에 경기입니다.
지금 통제 안 풀어주시면,

 


금메달 못 땁니다.

국가대표? 뭐하고 있어? 당장 도로 열어드려!


나 너 못 만났으면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까?

오늘? 아니면, 우리 처음부터?

둘 다.

너랑 내가 모르는 사이였어도, 지금처럼 같이 가고 있을 거야.
우린 목적지가 같거든.

우리가 모르는 사이면 내가 여기 어떻게 타.

난 선배 픽업하러 경주역에 갔다가, 펜싱계의 라이징스타, 나희도를 알아봤겠지?


난.. 너희들이 참 섭섭해.
아니, 어디 봐? 지금 얘기하..

나희도 선수?
아, 나희도 선수?!
어? 아, 지금 경기장에 계셔야 하지 않나요?
무슨 일 입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제가 돕겠습니다. 이거 주십시오!
주십시오.


그렇게 처음 만나는 것도 괜찮았겠다.

우린 어떻게든, 결국 만났을거야.

고마워, 오늘.

나도 고마웠어, 떨어져 있는 내내.
진심이야.

알아.

그럼 지금부터 질문 두 개만 할게. 공식적으로 대답해줘.

응.


자,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데, 컨디션은 어떻습니까?

큼- 좋습니다.
아침부터 몸을 제대로 풀었더니, 가뿐합니다!

아시안게임 첫 출전에 공교롭게도 고유림 선수를 결승전에서 만났는데 어떤 전략으로 게임에 임하실 겁니까.

음.. 전략이 없는 게 내 전략인데, 상대가 고유림이라고 다르지 않아.
늘 그랬던 것 처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펜싱을 보여줄 거야.
'이게! 나희도의 펜싱이다!' 하고.
난 무대가 크면 클수록 짜릿해.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주 마음에 들어.

왜? 너무 건방져?

아~주 마음에 들어.

경찰차 뭐야?
우리 무슨 문제 생긴 거 아니야?

넌 네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너 지금 호휘받고 있잖아.

말도 안 돼!
우아, 진짜 신난다, 짱이야!
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다!!
중요한 사람이, 질문 하나 한다 백이진.
큼- 오늘, 결승전에서 만나는 고유림과 나희도, 누구를 응원하십니까?

어.. 고유림.

뭐?

아, 넌 네, 달콩이가 응원해 주겠지.
유림인 달콩이 없잖아.

나 달콩이랑 헤어졌거든?!

-

2주 만났으면 많이 만난거지.

으휴, 대체 왜 만난 거야?

이건 비밀인데, 나 사실 이별이 해보고 싶었어.

뭐라고?

아, 온갖 노래 가사에서, 이별 때문에 죽네 사네 하잖아.
대체 이별이 뭐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미쳐 돌아가나 너무 궁금했거든? 근데 별 거 없던데?

진짜 사랑을 해야, 이별이 슬프지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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