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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들어서,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데요.

모든 것이, 변화하는 와중에,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저는, 가족 간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꿈꾸는 저 자신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저는, 늘! 꿈을 꾸고 살 거 같습니다.

 

중력입니다.

 

허- 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건, 중력뿐입니다.

저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 믿음엔, 기대가 들어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고 싶다는, 기대.

근데 중력은, 기대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력만 믿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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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

 

말로는 '참 나'고 슬리퍼는 신어줬네.

고맙다.

 

왜 실실 웃어?

 

너 봐서.

너 보면 그렇게 되더라.

 

술 마셨어?

킁킁- 마셨네 마셨어.

무슨 일 있어?

 

있지.

오늘 회사 면접 봤는데, 떨어졌어.

 

그 회사가 잘 못 했네.

 

야, 네가 그렇게 쉽게 편 들어주면 내가 뭐가 되냐?

 

뭐가 되긴, 이딴 말 한마디 못해줬던 쪼잔한 백이진 된 거지.

 

그래.. 쪼잔하고, 면접 떨어진 백이진 됐네.

 

괜찮아. 난 오늘- 발전도 없고, 경기 운영도 할 줄 모르는 나희도 됐으니까.

 

누가 그래.

 

코치쌤이.

위로하지 마, 그냥 놀려줘.

 

놀려 달라고?

 

어,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면 마음이 좀 나아지거든.

 

큼, 발전도 없을 거면 전학은 뭐하러 갔어?

경기 운영 못하는 그걸 뭐, 선수라고 할 수 있나? 이렇게?

 

야!.. 말이 너무 심하잖아-!

 

네가 놀려달라며.

 

허 씨, 아씨, 뭘 그렇게 예리하게 놀려?

그건 놀리는 수준이 아니라 내 가슴에 대못을 박았거든 지금?

참나, 치.

 

네 말이 맞아.

모든 비극은, 멀리서 보면 희극 이랬어.

 

그러니까, 멀리서 보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심지어 네 꿈을 우주였잖아. 우주에서 보는 것 처럼 살자.

 

난 그냥 옆에서 볼래.넌 옆에서 봐도, 희극이거든.

 

 

그렇다면 다행이네.

한 달 전엔, 시대가 내 꿈을 뺏었단 얘길 들었는데,

얼마 전엔, 시대가 날 살렸단 말을 들었어.

그러고 보면, 백 프로의 비극도 없고, 백 프로의 희극도 없는 거 같아.

그래도, 너랑 내 앞에 놓인 길엔, 희극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

 

뭐야, 자는 거야? 나 지금 되게 중요한 얘기 했는데?

아씨, 열라 황당하네 이 아저씨?

아저씨!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

야, 일어나, 밤엔 쌀쌀하다고-!

 

...

 

네 마음대로 해라.

몰락한 도련님한테 이 정도 경험은 훈장이지 뭐.

난 간다,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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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비극에서 희극으로 만드는 일에서 나는 좀 빼 줄래?

 

미안.

 

근데 효과가 있긴 하더라.

덕분에 웃었지, 응.

웃고 나니까 면접 떨어진 것도 별 거 아닌 거 같고.

이해되던데? 비극을 희극으로 만드는 거.

너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해 냈어?

 

경기에서 맨날 졌으니까.

맨날 진다고, 매일이 비극일 순 없잖아.

웃고 나면- 잊기 쉬워져, 잊어야 다음이 있어.

멋있었지?

 

허-

 

그거 알아? 비 온다?

 

아씨, 아, 큰 일났네 이거, 뚜껑 안 닫히는데.

 

왜?

 

고장 났어, 안 그러면 창피하게 내가 이러고 왔겠냐?

 

잘됐다. 둘이 있을 때 행복할 찬스!

나 비 맞는 거 엄청 좋아해!

신호 바뀌었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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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6등이잖아.

현실적으로 내가 평가전에서, 1등을 꿈꾸는 게 말이 안 돼.

 

근데 넌 꿈꾸잖아.

 

그치, 난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거든.

지고 실패하는 데 익숙해서.

 

 

그걸 사람들은, 정신력이라고 불러.

지는 게 두렵지 않고, 실패하는 걸 겁내지 않아 하는 그 단단한 마음을 모두 갖고 싶어 한다고.

뺏어 오고 싶을 정도로 탐 나.

그래서 나도, 약해질 때면 네가 보고 싶은 거겠지?

 

11시인가 보다. 전체 소등.

 

 

너는 평가 전에 나온 선수 중에, 가장 많이 져 본 선수야.

진 경험으로 넌 지금까지 계단을 쌓아 올린 거야.

생각해 봐. 이제 네 계단이 제일 높다.

천천히 올라가서, 원하는 걸 가져.

 

 

넌 왜 나를 응원해? 우리 엄마도 나를 응원하지 않는데.

 

기대하게 만들어서, 그래서 자꾸 욕심이 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면서 늘 느끼지만, 희도는 이진이 같은 친구가 있어서 정말 재밌고 든든하고 좋겠다. 그리고, 이진이도 하필 그 시기에, 하필 희도 같이 멋진 아이가 나타나서 정말 좋겠다. 나는 이진이가 힘들어 할 때 마저도 희도가 눈 앞에만 보이면 저항없이 내뱉는 웃음이 너도 좋다. 성인이라서 더 설레이는 건가.. 귀여워하는 게 딱 보이잖아. 딱 미치겠다는 그 표정과 웃음. 남주혁 당신.. 표현력이 너무도 대단해.. 분명한 건, 이진이는 희도에게 참 대단한 에너지를 얻어가고 있는 게 분명해. 자신보다 4살이나 어리지만, 희도가 내 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묘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이진이를 보고 있으면 희도가 너무 대단하고.. 이진이를 여러 번이고 일으켜 세워 줄 희도가 이진이 옆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이 든다. 이진이도 그런 희도의 배울 점을 다 흡수해 희도에게 좋은 말들, 칭찬을 아낌없이 숨김없이 말해 주는 게 고맙다. 이렇게 표현 잘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좋은지. 둘은 붙어있으면 그냥 시너지가 어마어마 해. 정말 희도 못 만났으면 어쩔 뻔했어 백이진. 하루하루가 더 고난하고 우울하고 힘들었을 거야 그렇지? 희도의 순수함, 해맑음이 너무도 좋다. 진짜 보면서 내가 다 행복해진다. 남주도 남주지만, 여주가 이렇게 완벽하고 사랑스러워도 되는 거냐고.. 나희도 김태리가 아니면 대체 누가 해.

 

 

 

 

 

 

이쯤에서 태리언니 내가 납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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